본문 바로가기
미술관 투어

High Museum of Art - 미국 동남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by 뤼딩 2023. 7. 31.

뉴욕, 워싱턴 D.C.,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이 소재한 동북부(뉴욕, 매사추세츠 등), LA,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가 있는 서남부(캘리포니아 등) 지역은 현대미술에 큰 관심이 없어도 이름만 들으면 유명한 미술관이 즐비하다. 20세기 초반 미국 제조업 전성기를 이끌었던 러스트벨트의 대도시(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등)에도 유명 미술관은 꽤나 많다. 

 

하지만 미국 동남부(통상 조지아, 플로리다, 버지니아, 메릴랜드, 테네시, 캐롤라이나, 앨라배마 등), 버지니아, 메릴랜드 등 워싱턴 D.C. 의 배후지역 등을 제외한 Deep South 지역은 더욱이 미국 다른 권역대비 문화/예술의 상징적 공간이 없다.

 

상대적으로 문예의 열세에 처한 동남부에서 애틀랜타 소재 하이뮤지엄은 더욱 소중한 공간이다. 타임아웃매거진의 전미 현대미술관 탑 20 중에 동남부의 유일한 미술관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방대한 컬렉션과 건축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더욱이 애틀랜타와 Deep South 지역이 가지는 흑인민권운동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보유하고 있으니 애틀랜타의 역사성과 결부하여 그들의 작품을 주의 깊게 보는 것도 좋은 감상포인트가 된다.

 

소장품을 찬찬히 보는 것을 권하지만, 시간 제약이 있다면 미술관 건물과 앞의 조각공원이라도 방문해 보자. 프리츠커 수상자이자 미술관 건축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건물이라, 향후 그들이 설계한 다른 미국 미술관 방문 시 비교해 보는 소소한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이 뮤지엄 마당 조각공원, photo my me

 

*** 꼭 봐야 할 작품 TOP 3 at High Museum of Art ***

 

1. Sol LeWitt, Wall Drawing #729 Irregular Color Bands, 1993, Executed 2018

 

개인적으로 미니멀리즘 미술을 매우 좋아하기에 미국 미술관 기행의 첫 포스팅도 Marfa 소재의 Chinati Foundation과 Judd Foundation을 택했다.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미술을 선구자로 인정받는 솔 르윗(1928-2007)의 작품을 애틀랜타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특히나 그가 만든 기하학적 무늬와 도형은 벽화의 형태로 자주 구현된다. 하이뮤지엄 아트리움의 4개 층에 구현된 그의 벽화는 반복되는 선과 면, 그리고 색채가 자연광을 통해 시시각각 다르게 비치며 관객이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경쾌함, 단순함 등) 할 수 있다. 참고로 작가가 작업실 조수들을 통해서 구현한 벽화 그 자체보다 중시했던 지시문, 설계도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Sol LeWitt, Wall Drawing #729 Irregular Color Bands, 1993, Executed 2018, photo by me

2. Kara Walker, "The Jubilant Martyrs of Obsolescence and Ruin" (2015)

카라 워커는 흑인 여성 작가로서 미국 사회의 인종갈등, 성 차별, 폭력 등을 벽화, 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탐구하는 작가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들에게 민권운동의 중심이었던 애틀랜타가 가지는 역사적 상징성이 있고, 또한 작가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애틀랜타에서 보내면서 작품의식을 형성했기에 이 작품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쇠퇴하고 파멸하는 기쁨의 순교자들이라니, 제목만도 어째 으스스하다.  오로지 흑백 실루엣 형상만으로 전시실 한 벽면을 꽉 채웠다. 장면은 남북전쟁 전후 노예화 된 흑인들, 그들을 착취하는 노예주들로 살인과 폭력의 광경이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앙부엔 작가가 자란 스톤마운틴 돌산 벽면에 KKK가 1915년에 새겨 넣었다는 남부연합 영웅 3인방을 배치했다. 최근까지도 발생했던 경찰의 과잉심문으로 인한 흑인들의 사망사건,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인들에게까지 확산된 폭행사건 등을 생각해 보면 수백 년 전의 인종차별, 혐오범죄는 현재 진행형임을 깨닫게 한다.

 

* 그리고 미술관 앞뜰에 있는 Glenn Kaino, ”Invisible Man (Salute)” (2018)도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적 사건을 작품화했으며, 랠프 엘리슨의 사회고발 소설의 제목을 따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많은 흑인 미식축구 선수들이 국가의례를 거부한 것의 시발점이었던, 1968년 멕시코 올림픽 금메달 수상장인 토미 스미스의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한 그 사건을 작품화했다. 놓치지 말자.

 

3. 프리츠커 수상 유명건축가가 설계한 미술관 건물

 

미국의 유명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본관(마이어빌딩)은 1984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작이다. 그는 르 꼬르비지에의 순수 모더니즘 정신을 예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백색의 건축가로 불릴 만큼 색과 형태에 있어 단순성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가 설계한 하이뮤지엄 본관도 단순성과 순백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커다란 아트리움에 위에서 언급한 솔르윗의 벽화가 전시되어 있다.

 

(이후 마이어가 설계한 97년 개관한 LA의 게티센터, 95년 개관한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등을 보면서 그가 80년대 초반 설계한하이뮤지엄 건물을 떠올렸다.)

 

그리고 또다른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파리 퐁피두센터의 공동 설계자인 렌조 피아노가 2005년 설계한 신관(피아노 빌딩 등 4개 동)도 매우 인상적이다. 퐁피두센터 외에도 뉴욕의 위트니뮤지엄, 휴스턴 메닐컬렉션 등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렌조 피아노는 다수의 증축 프로젝트도 담당했다. 하이뮤지엄 외에도, 하버드대학 미술관, 2010년 개관한 LACMA의 resnick pavilion도 그의 증축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현대미술관 설계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진 렌조 피아노. 퐁피두센터처럼 젊은 날엔 도발적인 설계도 했지만, 후기부터는 주변환경에 조화로우면서도 현대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설계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하이뮤지엄의 피아노빌딩은 기존 마이어빌딩과의 연계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성을 추구한다. 특히 그의 건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지붕과 천장 디자인을 주의 깊게 보자. 그는 작품감상에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필요한 자연광과 조명을 적절하게 배치하면서도 지붕은 5번째 파사드라는 르 코르비지에의 정신도 이어받았다. 그래서 자연관광 온도 순환 등을 고려하여 새로운 구조와 소재를 활용하여 천장/지붕을 설계했으며, 그 결과 피아노 빌딩은 톱니바퀴처럼 뾰족 뾰족한 모양새로 자연광의 적절한 유입, 공기 순환 등을 돕는다. (LACMA Resnick Pavilion의 톱니바퀴 모양의 천장 디자인은 하이뮤지엄의 피아노빌딩과 매우 유사하다!) 

 

 

기타 정보

* 숙박

애틀란타는 미국 10대 대도시권에 드는 곳이다. 시내와 근교에 다양한 숙박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애틀랜타 주요 관광명소(마틴 루터 킹 생가, 월드 오브 코카콜라, CNN 글로벌 본사, 조지아 수족관, 피드몬트 공원, 메르세데스-벤츠 경기장 등)가 시내에 있으므로 단기 방문객은 시내에 숙소를 잡을 것을 권한다.

 

* 가는 법

미국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유명한 하츠필드-잭슨 공항을 이용해서 애틀랜타로 올 수 있다.  동북부 대도시와 달리 시내 대중교통편이 열악하므로 우버 등을 통해 시내 이동을 하면 되겠다. 

 

* 참고자료

하이뮤지엄은 1905년 설립되어 조셉 하이 여사의 애틀랜타 시내 저택 기부(1926년)를 기반으로 확장하였으며, 1962년 미술관 소장품 확대를 위한 출장길에 후원회원 106명이 파리 오를리 공항 여객기 사고로 사망한 슬픈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반응형

'미술관 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닐 컬렉션  (0) 2023.08.17
텍사스 말파(Marfa), 미니멀리즘 미술의 성지를 가다  (0) 202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