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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프랑스 낭만주의 미술

by 뤼딩 2023. 6. 19.

프랑스 낭만주의 미술의 시작

18세기의 계몽주의는 이성에 대한 자각을 일으켰으나 이와 더불어 감정과 상상력도 자유롭게 하였다. 18세기는 이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중세적인 주술이 공존했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신고전주의 미술과 낭만주의 미술에서 잘 드러난다. 객관성과 이성을 우선시했던 신고전주의 미술과 다르게 낭만주의 미술은 감수성, 감정, 상상력, 그리고 직관을 중요시하였다. 낭만주의의 원천은 중세와 바로크 미술이다. 당시 중세풍의 신비주의가 강한 이야기들이 유행을 하고 있었다. 미술에서도 그런 흐름이 반영되어 이국적인 것, 다소 폭력적인 것, 그리고 전설에 의한 것들이 주제로 채택되었다. 화가들은 이러한 주제들을 그림에 다채로운 색깔들로 표현하였다. 윤곽선과 형태의 양감이 분명하고 정확한 신고전주의 미술과는 달리 낭만주의 미술가들은 빠른 붓질로 그리는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명암을 강하게 대조시켜서 극적인 느낌을 배가시켰다.

 

테오도르 제리코

프랑스의 테오도르 제리코(1791-1824)의 <메두사 호의 뗏목>은 낭만주의 미술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는 제리코가 몇 년에 걸쳐 작업했던 그의 야심작이었고 낭만주의 미술을 선언한 그림이었다. 1816년에 프랑스의 범선 메두사호가 세네갈로 향하다가 조난되는 사고가 있었다. 메두사호에는 이주민들과 군인들을 포함하여 수백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바다에서 난파된 후 12일 동안 표류했는데 구조선이 이들을 발견했을 때 생존자는 15명뿐이었다. 이 사건은 정부의 무능과 비리에 의해 발생한 사고로 알려지면서 정치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제리코는 이 사건을 가로 7미터 세로 5미터가 되는 거대한 캔버스 화면에 그려냈다. 제리코는 이 사건을 그림에 담기 위해 생존자들을 취재하였고 시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부패한 시체를 직접 보고 관찰하였다. <메두사의 뗏목>은 인체를 해부학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전체적으로는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고 있어서 안정감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낭만주의 미술을 선언한 그림이라고 하는 이유는 진실을 그려내려고 하고 있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기점으로 프랑스 미술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외젠 들라크루아

외젠 들라크루아(1699-1863)는 제리코가 죽은 뒤 낭만주의 미술운동을 이끈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제리코의 그림에 영감을 받았다. 그는 1824년 <키오스 섬의 학살>을 살롱에 출품하였다. 이 그림은 독립을 외치는 그리스인들과 그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오스만 튀르크 인들을 그린 그림이다. 그리스의 독립전쟁은 유럽 문명의 시초에 발생한 사건으로서 당대 지식인들에게는 큰 이슈가 되는 주제였다. 화면의 원근법은 깨져있고 붓자국은 마치 스케치인 것처럼 남아있어서 미완성의 작품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낭만주의 미술이 신고전주의 미술보다 대세가 되었음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1827)은 낭만주의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1821년의 희곡 '사르다나팔루스'에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르다나팔루스는 앗시리아의 왕이었다. 그는 전쟁에서 패배하자 자신이 자살하기 전에 모든 소유물들을 파괴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림 왼쪽 위편에는 사르다나팔루스 황제가 누워 후궁들이 학살당하고 있는 장면을 유유히 지켜보고 있다. 그림 속 인체는 뒤틀려 있고 폭력과 광기의 학살 장면들은 침대의 사선과 함께 전체적으로 불안감과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들라크루아는 회화 기법의 개념을 바꾼 사람이다. 윤곽선을 그리고 그 위에 색을 입히는 것이 고전적인 회화 방식이었는데 들라크루아는 색채를 서로 인접시켜 형태를 완성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또한 그는 사물을 실제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사물의 정수를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화가에게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화가의 독창성을 누구보다 중요시한 들라크루아는 이후 고흐, 드가, 세잔, 쇠라와 같은 후대의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게 되었다.

 

 

*참고문헌

E. H. 곰브리치, 백승길, 이종승 역, 서양미술사, 예경, 1997

H. W. 젠슨, 김윤수 외 역, 미술의 역사, 삼성출판사, 1978

캐롤 스트릭랜드, 김호경 역, 클릭 서양미술사 동굴벽화에서 비디오아트까지, 예경, 2006

이은기, 김미정, 서양미술사, 미진사, 2008

 

 

Eugene Delacroix, Moroccan Horseman Crossing a Ford, about 1850, Oil on canvas, Terms of Use: Open Content, Credit Line: The J. Paul Getty Museum, Los Ang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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