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같은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전성기 르네상스 미술은 16세기 초, 조금 더 정확히는 1500년에서 1520년도까지 정도의 시기이다. 초기 르네상스가 피렌체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면 이후 르네상스 미술은 피렌체 밖의 지역으로 확산되었는데 그중에서도 로마와 베네치아가 그 중심지였다.
전성기 르네상스의 주요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피렌체와 가까운 빈치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그는 소년 시절 베로키오의 화실에 들어가 사사했다. 베로키오의 작품 <예수의 세례>(1470-1472)의 좌측 하단의 배경과 천사들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부분으로 유명하다. 자세히 보면 그림의 다른 부분들과 차이를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26살 즈음에 스승을 떠나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시작하였다. 그는 미술뿐만 아니라 모든 방면에 관심을 가졌다. 건축 공학, 천문학, 자연, 음악, 해부학, 조각 등 그가 관심이 갖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생전에 약 20점의 회화만 남겼다. 그중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는 단연 <모나 리자>(1503-1506)이다. 피렌체의 한 상인의 부인을 그린 초상화인데 여인은 약간 몸을 튼 상태에서 앞을 바라보고 있다.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사람을 그리는 3/4 포즈 초상화 시초이다. 이 초상화 이전에는 옆면 초상화만 그려졌었는데 레오나르도가 그 규범을 깬 것이다. 또한 초상화에 손을 그려 넣은 것도 이 그림이 처음이다. 모나 리자의 손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이를 살펴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아주 정확한 해부학적 지식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명확한 윤곽선이 아닌, 흐릿한 경계선만 있어서 형체가 안개 속에서 떠 있는 듯한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예를 들면 모나 지라의 얼굴과 머리카락의 경계 부분을 보면 그 구분이 매우 흐릿함을 알 수 있다.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한 것인데 어두운 바탕에서 반투명의 유약을 여러 번 쌓아 올리면서 만든 것으로 2차원의 그림을 보고 있지만 3차원의 형체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 그림의 배경을 보면 야생산이다. 아직 탐구되지 않은 미지의 자연이며 신비로운 산을 상징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또 하나의 명작은 <최후의 만찬>(1495)이다. 밀라노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식당의 벽화로 그려진 것이다. 중간에 예수가 위치해 있고 그의 양 옆에는 12명의 제자들이 위치해 있다. 이 그림에는 완벽한 선 원근법이 적용되어 있는데 소실점은 예수의 머리여서 예수를 전체적인 구도의 정점에 위치시켰음을 알 수 있다. 그림 하단에는 긴 식탁이 안정적인 수평선을 그리고 있으며 그 위에 삼각형이 얹힌 구도를 이루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구도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면서 너희 중 한 명이 나를 배반할 것이라고 말한 이야기에서 유래한 도상이다. 본 그림이 찬사를 받는 이유는 각 인물들의 마음과 생각을 표정과 행동으로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당황한 표정과 제스처를 취하면서 "주님, 저요?"라고 묻는 듯하며 서로 수근거리기고 있기도 하다. 성격이 급한 베드로, 당황해하는 유다, 두려운 듯 양팔을 벌린 야고보, 의심하는 도마 등 제자들의 표정은 불안과 놀라움 등을 잘 담고 있다. 이 중 예수만 곧 십자가에 못 박힐 자신의 숙명을 묵묵하게 받아들인 듯 침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재료적으로는 벽화에서 주로 그려졌던 프레스코화 기법이 아닌 유성 물감이 사용되어 제작된 지 2년 후부터 물감이 벗겨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예술 외의 학문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면 그는 움직이는 다리를 설계하였고 대포나 휴대용 폭탄과 같은 전쟁 무기도 제작하였다. 그는 하늘을 나는 방법에도 관심을 많아서 하늘을 나는 비행 장치를 최초로 만들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잠수함이나 헬리콥터, 장갑차, 낙하산, 인쇄기, 망원경 등 그 시절에는 쉽사리 생각해 내기 어려운 발명품들 대한 아이디어를 품고 설계하고 제작하고 시행해 보았다. 그는 르네상스 시기의 천재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들을 보면 그가 풍부한 해부학적 지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는 실제로 30구 이상의 시체를 해부했다고 전해진다. 교황의 허가를 받아 해부를 한 것인데, 사람의 근육과 뼈를 면밀히 관찰하고 탐구했다. 몸속의 장기나 신경, 그리고 태중의 태아의 모습까지 연구한 레오나르도의 스케치를 보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그의 탐구심이 실로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문헌
E. H. 곰브리치, 백승길, 이종승 역, 서양미술사, 예경, 1997
H. W. 젠슨, 김윤수 외 역, 미술의 역사, 삼성출판사, 1978
캐롤 스트릭랜드, 김호경 역, 클릭 서양미술사 동굴벽화에서 비디오아트까지, 예경,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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