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미술의 시작
약 1000년 동안 지속되었던 중세 시대가 저물어가고 1400년대에 들어서자 서구 세계는 새로워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인간에 관한 관심과 연구가 증대하였다. 이전에는 인간을 신의 창조물로만 여기고 인간의 목적을 신의 영광을 맹목적으로 높이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반면 르네상스 시기에는 인간 자체에 관심이 커지면서 사람에게 맞춰진 스케일의 작품이 다량으로 제작되었다. 르네상스는 15세기 피렌체에서 시작되었다. 르네상스는 '다시 태어나다'라는 뜻을 가진다. 봉건제의 영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중세 시대가 무너지고 신흥 상인 계급이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부를 쌓으며 교양도 같이 채우길 갈망했다. 힘을 키워나가며 귀족과 결탁하고 예술과 예술가들을 후원하였다. 중세 시대의 예술가들은 장인들이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자기의식을 중요시한 시기로 예술가들도 예술가로서의 의식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예술가들은 부유 가문의 주문에 따라 미술, 조각, 그리고 건축을 만들었지만 그들의 작품에 서명을 남겨 자신의 작품임을 각인하기도 했다.
르네상스 회화의 혁신 - 원근법
르네상스 시기에 이뤄진 혁신 중 하나는 원근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세 시기는 신을 중심으로 한 시기이기 때문에 그림 속 대상 중에 가장 중요한 대상인 '신'이 가장 크게 그려졌고 그 외의 것들은 작게 그려지기 마련이었다. 대상이 지닌 의미에 따라 크기가 설정된 것이다. 하지만 르네상스 화가들은 원근법의 원리에 따라서 '나'를 중심으로 먼 것은 작게, 그리고 가까운 것은 크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자아에 대한 자각으로 자신이 기준이 되고 거리를 객관적으로 측정한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선 원근법의 도입으로 인해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환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기 원근법은 색채를 사용하여 가까운 것과 먼 것의 거리를 표현하는 기법이다. 가까운 사물은 뚜렷한 색채로, 그리고 먼 대상은 흐릿한 색채로 처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풍경을 바라볼 때 공기의 작용으로 인해 실제로 먼 것은 채도가 감소하고 윤곽이 희미해지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그림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기법들은 빛의 중요성을 부각하는데 르네상스의 회화에는 그림자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여서 사물의 질량감과 물체감도 드러내었다. 이러한 여러 방식으로 그림을 더욱 사실적이고 자연적으로 표현하였다.
르네상스를 연 인물들 - 브루넬레스키, 마사치오, 도나텔로
중세 미술에서 르네상스 미술로의 교두보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브루넬레스키, 도나텔로, 마사치오이다.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 대성당의 둥근 지붕을 지은 건축가로 제일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피렌체 대성당을 마무리하는 공모전에 둥근 지붕의 설계로 응모하였고 당선되었다. 그는 로마의 판테온과 고딕 건축물들을 연구하면서 45미터 지름에 달하는 지붕 형태를 설계하였다. 이 지붕은 이후 5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둥근 지붕이 되었다. 이렇게 커다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궁륭을 받치는 구조물 없이 만들어졌기에 그의 기술적 위엄에 모두 감탄하였다.
마사치오는 선 원근법을 회화에 최초로 적용한 화가이다. 그는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레 성당에 프레스코화를 그리는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여기서 <성 삼위일체>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높이가 6미터, 가로가 3미터에 달하는 큰 규모의 프레스코화이다. 중앙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위치해 있으며, 예수의 우편에는 성모 마리아가, 그리고 예수의 좌편에는 사도 요한이 위치해 있다. 그 아래에는 주문자 부부를 각각 한 편씩 위치시켰다. 전체적으로 삼각형의 배치를 이루고 있어서 '삼위일체'라는 주제와 구도가 일관성 있게 이어진다. 완벽한 선 원근법이 적용되어서 구도적인 깊이감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이 프레스코화는 그리자유 기법을 적용하여 색채적으로도 깊이감을 만들어냈다. 그리자유 기법이란 회색 계열의 색상을 사용하여 부조와 같은 입체감을 주는 기법이다. 그림 속의 기둥이나 천장 같은 건축적인 요소를 그림의 실제 주변 색상과 비슷하게 처리하여 더욱 실제감을 주는 방법이다. 마사치오는 30세가 되기 전에 죽어서 그의 천재적인 기량을 오래 펼치지 못하여 후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의 회화는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교회의 <브랑카치 예배실> 벽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사치오가 르네상스 회화를 열었다면 도나텔로는 그 역할을 조각에서 이룬 사람이다. 도나텔로는 고전 조각에서 사용되었던 콘트라포스트 기법을 되살렸다. 그는 고전 조각에서 중요시되던 양감, 비례, 조화와 같은 요소들을 조각에 다시 도입하여 조각의 분야에서 걸작품들을 남겼다.
*참고문헌
E. H. 곰브리치, 백승길, 이종승 역, 서양미술사, 예경, 1997
H. W. 젠슨, 김윤수 외 역, 미술의 역사, 삼성출판사, 1978
캐롤 스트릭랜드, 김호경 역, 클릭 서양미술사 동굴벽화에서 비디오아트까지, 예경,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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